국제정치학은 근대 국민국가 간 관계의 정치적 측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정치학 일반이 인간사회의 권력현상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학문이라 한다면, 국제정치학은 인간사회 간, 혹은 인간 집단 간의 정치적 관계와 권력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인간의 정치단위는 역사상 다양한 모습을 띠어 왔다. 씨족 및 부족 국가, 제국, 도시국가 등 역사적,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변화해왔고, 이들 집단 간의 정치적 관계 역시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정치학은 15세기 말부터 서구유럽에서 강력한 정치단위로 등장한 소위 국민국가(nation-state) 간의 정치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근대 초기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이 영토국가, 주권국가, 국민국가의 형태를 먼저 갖추어가면서 이들 간의 정치적 관계가 역사상 특수한 모습을 띠어왔기에,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분과가 출현한 것이다.

   국제정치학이 학문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은, 다른 사회과학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제(inter-national)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18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에 의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광범위한 지역의 정치적 관계가 “국제”관계에 의해 전형적으로 결정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더욱이 정치철학, 역사학, 법학 등의 기존 학문에 의해 다루어지던 국제관계현상이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으로 독립되어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알려져 있다. 구미의 국가들이 전 세계적 차원의 대전을 겪은 이후, 국제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를 느끼면서 영국을 필두로 각 대학에서 국제정치학과를 창설하고, 국제정치학 교수를 임용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의 웨일즈 대학이 1차 대전 직후, 국제정치학과를 창설하여 국제정치학 연구의 효시를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E. H. 카아가 국제정치학의 틀을 놓은 많은 저서를 저술할 수 있었다. 전간기 동안 전쟁방지와 국제평화를 위한 구미 학자들의 열띤 논쟁은 국제정치학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소위 “이상주의 대 현실주의”의 “제1차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정치무대의 초강대국으로 등장하면서, 국제정치학의 주요 무대는 미국으로 이동하였다. 2차 대전 중 나찌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유럽의 국제정치학자들도 미국의 국제정치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고, 미국의 초강대국 외교의 기틀을 놓는 과정에서 미국의 많은 학자들도 국제정치학 발전에 투신하였다. 이후 미국은 국제정치학의 발전에 중심이 되고, 심지어 국제정치학은 “미국의 사회과학”이라는 정의가 내려질 정도로 미국 중심적 시각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국제정치학의 미국중심성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미국 사회과학의 큰 특징인 실증주의 학풍이 약화되어, 탈실증주의 흐름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이외의 지역들, 즉, 유럽, 비서구 지역의 국제정치경험이 국제정치학 연구의 축적에 점차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현실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로 삼분되어 있던 국제정치학의 거대이론들도 구성주의, 탈근대이론, 비판이론 등 다양한 이론들에 의해 도전받게 되었다.

   현재까지 국제정치학은 국제정치사상 및 이론, 국제관계사 혹은 외교사, 전쟁론, 안보연구, 평화연구, 국제정치경제, 국제법, 국제기구론, 지역연구, 외교정책론 등의 소분과로 분기되었고, 최근에는 정보기술, 지식, 문화 등 새로운 연구영역이 등장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이후, 구미 제국주의의 지구적 팽창은 비구미 지역의 정치적 조직원리를 폭력적으로 변화시켰고, 각 지역 질서를 개념화하고, 구성해가는 관념틀까지 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비구미 국가들은 현실과 관념의 이중적 변환을 겪었고, 근대유럽의 국제정치관념을 수입하여 이를 토착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1876년 일본에 의해 개항된 이후 만국공법적 국제정치관을 체화하고, 이를 국제정치학으로 안착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더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근대국제정치의 현실을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유를 박탈당하였다. 해방 이후, 한국의 국제정치학은 구미 국제정치학을 수입하여 소화하고, 이를 한국의 국제정치현실과 연결해나가는데 고난의 과정을 겪어 왔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창설되어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국제정치학의 체계를 갖추는데 노력해왔다. “국적없는 국제정치학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향후 한국은 우리의 현실과 미래구상에 맞는 한국적 국제정치학을 정립하는 것을 큰 과제로 안고 있다.